최근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담낭을 제거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담당교수님 말씀을 듣고 담낭제거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오늘로 수술 10일 차 되는 날이라 수술 후 상태가 많이 좋아진 것 같아 잊기 전에 수술 후기를 남겨보려고 합니다.
교수님께서 로봇수술을 얘기해 주셔서 정말 수술 당일까지도 복강경이랑 로봇이랑 고민을 엄청 했는데... 보험이 된다고는 했지만 막상 선택한 것은 복강경 수술이네요.
로봇 수술은 실비 지원이 된다고는 하지만 비용이 크기 때문에 부담도 되기도 했고, 정말 찾을 수 있는 모든 후기 글을 찾아본 것 같은데 거의 의견이 반반이더라고요.
결국 마지막에 간호사분께서 물어보실 때 복강경이라고 얘기해 놓고도... 미련을 못 버리고 계속 검색하게 되더라고요.
로봇으로 수술하면 더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다는 얘기도 있지만 문제가 생기면 복강경으로 바뀔 수 있다는 후기도 있었고, 로봇으로 하면 탈장 위험이 더 크다는 후기도 있어서 그냥 복강경으로 하기로 한 걸 잘했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수술 전날 입원하는 스케줄이라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는데 갑자기 수술받는 게 실감이 나더니 눈물이 나더라고요.
복강경도 해 보고 제왕절개도 해 봐서 큰 수술이 아닌 건 알지만, 그래도 수술을 해 봐서 그런지 더 무서웠어요.
도착해서 짐을 풀자마자 바로 간호사 분과 상담을 진행했고 수술 주사 바늘도 미리 꽂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원래는 주사 바늘을 팔에 꽂아 주시려고 했는데 혈관이 잘 안 보인다고 하셔서 오른쪽 손등에 주사 바늘을 꽂았어요.
확실히 오른쪽 손등이라 움직이기도 불편하고 손 씻기도 불편했어요.
첫날 저녁까지는 먹고 밤 12시부터 금식이라고 하셔서 저녁을 먹는데 음식은 맛있었지만 입맛이 없어서 얼마 못 먹었네요.
수술 당일 (1일 차) :금식
아이가 있어서 신랑이 아이 학교 등교 후에 오기로 했는데 예정된 CT 촬영 시간이 아침 일찍이 아니라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수술 전에 도착이 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CT 시간도 앞당겨지고 바로 수술에 들어가게 되어 보호자 없이 수술실에 들어가니 더 속상하더라고요.
수술실에 들어가니 뭔가 기분이 이상했어요. 그냥 정신없이 있다가 수술대까지 무사히 오르고 나니 금방 정신을 잃었네요.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에서 깼는데.. 아프긴 아픈데 뭔가 정신이 들기 전이라서인지 뭐라뭐라 혼자 얘기하고 다시 정신을 차린 건 병실 침대로 옮겨갈 때였던 것 같아요.
스스로 넘어가라고 했던 것 같은데.. 아파서 못 할 것 같다고 하다가 겨우 병실 침대에 누웠어요.
역시 4시간은 잠들면 안 된다고 해서 계속 옆에서 깨워주는데도 자꾸 졸려서 잠들었다 깨다를 반복했어요.
누워 있을 때는 무통 때문인 건지 통증이 다행히 없더라고요.
누워 있다가 소변을 꼭 보고 양도 확인해야 한다고 해서 일어나서 소변을 보았네요.
엄마가 같이 계셔서 도와주셔서 그렇지 안 그러면 힘들었을 것 같기는 합니다.
보호자가 없어도 된다고 하는데.. 수술 당일엔 꼭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무통을 믿고 한 번 걸어보려고 했는데.. 일어나서 걸으니 갑자기 속이 너무 울렁거리더라고요.
제왕절개할 때도 무통이 안 맞았던 것 같은데.. 이젠 괜찮겠지 했는데 무통은 역시 안 맞는 것 같더라고요.
결국 빈 속에 헛구역질 몇 번 하고 무통은 안 맞는 걸로 하고 다시 누웠어요.
수술 당일에는 결국 거의 움직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수술 2일 차: 아침(금식), 점심(죽), 저녁(죽)
수술 2일 차에는 아침까지 금식이었지만 오후부터는 죽을 먹을 수 있었어요!
계속 굶어서 그런지 배가 고파서 생각보다 맛있게 먹었던 것 같아요.
음식이 잘 들어가는 것 같기는 한데 빈 속에 빠르게 먹으면 배가 아플까 봐 천천히 먹었는데 조금 먹다 보니 배가 살짝 아파지는 느낌이 들어서 그만 먹었어요.
생선, 고기반찬도 나오기는 했는데 아직 부담이 되어서 죽이랑 국 정도만 먹었던 것 같아요.
2일 차에는 무통을 안 써서 그런지 울렁거림이 덜 해서 아침 컨디션은 좋았는데..
움직이려니 너무 힘들었어요. 앉는 것도 힘들고 움직일 때마다 배가 아프긴 하더라고요.
또 다른 분들 후기에서 본 것처럼 안에 채운 가스 때문인지 갑자기 어깨가 너무 아파서 나중에는 배보다 어깨가 더 아프다고 느꼈네요.
배가 아프니 팔로 지탱하면서 눕거나 일어나거나 했는데.. 어깨가 아프니 그것도 힘들어서..
운동을 조금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이날은 조금만 산책해도 금방 피곤해져서 중간중간 쉬면서 조금씩 걸어 다녔어요.
회복을 위해서 더 걷고 싶었는데.. 체력이 부족해서인지 조금 걷고 못 걸어서 걱정이 되기는 했어요.
수술 둘째 날까지는 방귀도 안 나오고 대변 소식도 없었는데 배는 약간씩 아팠어요.
수술 3일 차(퇴원): 아침(죽), 점심(본죽), 저녁(본죽)
3일 차가 되니 가스가 차면서 배 안쪽이 아프더라고요.
1인실이 아니라 멀리 가서 가스 배출을 하고 싶었는데.. 움직이면 또 소식이 없어서...
이 날 새벽에 방귀가 처음 나왔어요.
아침 먹고 퇴원하기 전에 운동하는데 갑자기 배가 너무 싸르르 아파서 보니 설사가 시작되었어요.
다시 운동하려고 하는데 또 한 번 화장실로 달려가게 되더라고요.;;
이 날에는 상처 부위 통증은 줄어들었는데 담낭이 있던 자리 통증이 조금 심했어요.
담낭 제거한 부분이 뭉치는 느낌이 있었지만 조금씩 걸으면 풀리고, 또다시 쉬고 있으면 뭉치고 하더라고요.
또한 아직은 폐가 정상으로 돌아온 건 아닌지 호흡이 안 되는 건 아닌데 길게 호흡하기가 힘들었어요.
방수 테이프가 있으니 퇴원 날부터 샤워를 해도 된다고 해서 오랜만에 샤워를 하니.. 너무 좋았어요.
원래 매일 샤워하다가 못 했더니 너무 찝찝했는데.. 방수 테이프를 붙였어도 걱정은 되었지만 괜찮았던 것 같아요.
수술 4일 차: 아침(사과+오트밀), 점심(밥+나물), 간식(가래떡), 저녁(밥+나물)
수술 4일 차가 되니 다행히 어깨 통증이 없어졌어요.
몸이 조금씩 괜찮아지니 집안일을 조금 해야 할 것 같아서 1시간 정도 계속 움직였더니 피로감이 몰려오더라고요.
자꾸 복부가 뭉쳐서 허리를 구부리거나 쭈그려 앉기 등은 힘들어 그 동작을 안 할 수 있는 일만 했어요.
수술 5일 차: 아침(사과+호밀빵), 점심(밥+나물), 저녁(밥+나물)
이 날은 가스 때문인지 배가 날카롭게 아프더니 설사를 2번 정도 했네요.
상처 부위는 아프지 않았지만 설거지 및 집안일을 평소처럼 했더니 등이 너무 아파서 힘들었어요.
저녁 먹은 설거지를 하고 등이 너무 아파서 바로 잠들었네요.
수술 6일 차: 아침(사과+떡), 점심(밥+나물, 계란찜), 저녁(샤브샤브 야채+고기 아주 조금+타코야키 2개)
컨디션 좋음!
상처는 약간씩 스치면 따끔하고 허리 구부리거나 하는 동작을 할 경우 등이 아파져서 안 하려고 노력했어요.
이 날도 설사 한 번..
수술 7일 차: 아침(사과+떡), 점심(냉동 볶음밥), 저녁(밥+배춧국+소고기 3점 정도)
이제 수술 후 통증은 많이 사라졌어요. 그래도 설사는 한 번 했네요.
수술 8일 차(외래 진료): 아침(사과+떡), 점심(파니니+아메리카노), 간식(바나나), 저녁(유부초밥+배춧국)
수술 후 처음으로 진료를 받으러 갔어요.
이것저것 교수님께 여쭤볼 내용을 다 생각해서 갔는데 교수님께서 다 괜찮다고 하시더라고요.
먹는 것도 과식하지 않으면 모든지 다 먹어도 된다고 하셨고, 커피도 마셔도 된다고 하셨어요.
방수 밴드를 갈아주시긴 했는데 진료 당일 바로 떼고 샤워해도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아직은 무서워서 방수 밴드는 다음날 떼기로..
일주일 정도는 계속 먹을 걸 조심하다가 괜찮다고 하셔서 이날 처음으로 샌드위치에 커피로 점심을 먹었어요.
원래도 소화는 잘 되는 편이었어서 소화에는 문제가 없었어요~
아직도 설사는 하지만 이날은 약간 배가 변비처럼 아픈..? 조금 다르게 아프긴 했는데 설사를 하긴 했네요.
병원에서 진단서 받아 실비 보험이랑 보험 청구도 다 끝냈어요.
수술 9일 차: 아침(사과+떡), 점심(반미+아메리카노), 저녁(어묵 국수_쌀로 만든 국수)
이제 거의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왔어요.
설사는 아닌데 약간 무른 변을 보았고요.
실비는 청구하고 오늘 연락받아 건강보험 납입확인서 등 추가 서류 보내고 바로 받았어요.
다만.. 제가 병원에 요청해서 맞은 것도 아닌데.. 비급여 영양제 비용과 처방받은 약 중에도 영양제로 분류되는 약이 있다고 해서 제외하고 받았네요.
영양제도 병원에서 필요해서 주신 것일 텐데 안 나와서 당황스러웠지만 그것보다 처방받은 약도 비급여 영양제로 분류돼서 안 나온다 하니 더 당황스럽더라고요.
보상담당자분께 연락드렸지만 영양제로 분류된다고 하시는 말에 알겠다고 하고 그냥 끊었네요..ㅠㅠ
1세대 실비 보험이고 로봇도 아니고 병원에서 치료해 주신 내용대로 청구했는데 속상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겠더라고요.
수술 10일 차(오늘): 아침(사과+떡), 점심(떡볶이+김밥)
오늘도 상태는 아주 좋아요~
복강경으로 수술을 진행했지만 구멍은 두 개만 뚫었다고 교수님께서 얘기해 주셨었는데요.
어제 드디어 방수테이프를 떼고 봤는데 그냥 상처는 1cm 정도 되는 것 같고 배꼽 상처는 약간 상처가 어딘지 모르겠어서 어느 정도 절개했는지 모르겠어요.
뭔가 피딱지 같은 것들이 보이긴 하는데... 오늘부터는 방수테이프 없이 샤워해 보려고요.
이제 아픈 게 많이 좋아져서 그런지 먹는 것도 과식하지 않을 정도로만 이것저것 다 먹어보고 있어요.
아직까지 너무 아프거나 하지는 않아서 계속 시도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원래 겁이 많은 사람이기도 하고 뭔가 몸에 있는 장기를 떼낸다는 게 너무 걱정이 되어서 수술을 결정하고도
수술 전날까지도 고민하고 잠도 잘 못 자고 했던 것 같아요.
엄마, 동생도 담낭 제거를 했고 주변에 보면 담낭 제거한 사람들은 아주 많지만 그렇다고 해도 장기를 떼어내는 건 너무 부담이 되더라고요.
특히 담낭 통증은 오래된 건 아니고 이번 한 달 사이 2-3번 아팠던 건데.. 특히 그렇게 아프고 나면 아무렇지 않게 괜찮아져서 더욱 수술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은 수술 후 많이 좋아지기도 했고 더 아프기 전에 수술을 한 게 잘 한 결정이라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우선 지금은 수술 10일 차 후기지만 나중에 추가적으로 적을 내용 있으면 기록으로 남겨 보겠습니다.